전시 기간: 2025년 3월 27일 – 4월 20일
장소: 333갤러리/서울
오프닝: 2025년 3월 27일 | 오후 5시 – 7시
차승언 (Seungean Cha, 한국)
차승언은 직조와 회화를 결합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로, 전통 섬유공예에서 출발해 설치미술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미술의 언어를 재해석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인-인-인동문-1,2 (re-re-Honeysuckle-1)」과「한가지-5 (One thing-5)」는 염색된 세로실과 직조 행위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감각의 층위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차승언의 작업은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되고 뒤엉킨 시간과 경험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시도이며, 반복적인 직조의 행위는 서구적 회화 언어와 전통 공예의 물성을 병치함으로써, 단순한 시각적 결과를 넘어 노동, 물질, 시간의 축적을 통한 의미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녀의 작품은 서구 양식이 단절된 개념으로 소비되는 대신, 살아 있는 체험으로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이며, 직조의 규칙성과 회화의 즉흥성이 교차하는 화면 속에서 관람자에게 공간과 시간의 숨겨진 틈을 사유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차승언의 작품은 여성성과 노동, 기억과 감각,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를 엮어내며, 전시 전체의 개념을 매개하고 확장하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차승언은 홍익대학교 섬유미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공예 석사(2002), 미국 시카고예술대학(SAIC)에서 회화 석사(2010)를 마쳤다.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수십 회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남문화재단 등 여러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다수의 레지던시를 거쳐 활동해온 그는 한국 동시대 공예와 회화의 경계를 새롭게 쓰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홍이현숙 (Hyunsook Hong Lee, 한국)
홍이현숙은 이번 전시에「무빙 어워 1 – 남고비사막, 몽골」과 「폐경의례」 시리즈 중 세 점(날기연습_03, 날기연습_04, 장수탕_MG_4945)을 출품하며, 여성의 신체와 생애 주기를 소멸이 아닌 또 다른 생성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제시한다.
작가는 폐경을 ‘끝’이 아닌 ‘돌아감’과 ‘다시 피어남’이라는 자연의 순환 속에 놓이며, 여성의 몸을 대지와 연결된 존재, 즉 ‘소멸을 품은 생성의 공간’으로 재인식한다. 「무빙 어워 1」은 몽골 남고비 사막이라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몸의 움직임을 통해 삶의 이동성, 불안정성, 그리고 근원으로의 회귀를 시각화한 작업이며, 「폐경의례」 시리즈는 여성의 신체 변화가 사회적 기대와 생물학적 조건을 넘어 자기 서사의 재구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폐경의례_장수탕」은 노년의 여성들이 서울의 오래된 목욕탕에서 보여주는 유쾌하고도 깊은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의 몸에 새겨진 시간과 서사를 자기 선언적이고 공동체적인 축제로 전환한다. 이는 여성의 삶을 전형적인 미의 기준이나 사회적 역할로부터 해방시키는 예술적 제안이자, 폐경을 삶의 재배치로 바라보는 진취적인 몸의 언어이다.
홍이현숙의 작업은 강함과 부드러움, 연속과 단절, 삶과 소멸이 고정된 대립이 아니라 끊임없이 교차하며 형성되는 흐름임을 시사하며, 관객에게 멈춰 서서 들여다보는 감각의 시간을 요청한다. 그녀의 작품은 Take the Flower Seriously 라는 전시 제목처럼, 우리가 그동안 가볍게 여겨왔던 여성의 몸과 자연의 상징, 그리고 삶의 전환을 보다 진지하고 다층적인 감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홍이현숙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으며, 《아르코미술관》(2021), 《코리아나미술관》(2022), 《부산비엔날레》(2024), 《광주비엔날레》(2023), 《국립현대미술관》(2024)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곽지수 (Ji Su Kwak, 한국)
곽지수는 일상적 사물에 내재된 감정과 구조를 뒤집는 작업을 통해, 사회가 규정한 정체성과 규범에 질문을 던져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신작「껍질 군단, 포위망을 돌파하라!」는 유머러스한 형상 속에 복합적인 내면과 저항의 정서를 담은 설치 작업으로, Take the Flower Seriously 전시의 주제인 여성성과 존재의 재정의를 날카롭고 위트 있게 풀어낸다.
작가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귤껍질을 통해, 사회가 기대하는 ‘단단하고 통제된 형태’에 대한 반발을 상징화한다. 알맹이를 잃고 껍질만 남은 귤들은 오히려 자신을 억누르는 보이지 않는 포위망에 맞서 가장 연약한 상태에서 진정한 주체로 일어서는 몸짓을 보여준다. 이들은 귀엽고 작지만 동시에 과장된 전투 자세를 취하며, 연약함 속의 강인함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정체성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곽지수의 작업은 강함과 부드러움, 아름다움과 저항,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여성성의 틀을 해체하며, 사회적 압력(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에 대한 상상력을 제시한다. 마치 질량을 줄여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별처럼, 작가는 사소하고 흔한 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저항을 구축한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여성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일상적인 시선으로 지나쳤던 사물들에 새로운 감정과 질문을 부여한다. 곽지수는 예술이 가져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즐거움’을 꼽으며, 관객이 작품을 통해 유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 안에 스며든 사회적 긴장과 질문의 여운을 함께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
곽지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2024)와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사(2018)를 마쳤으며, 최근 개인전 Bedtime Story(2024, WWW SPACE 2)와 Last Strongholds(2024, 서울대 우석갤러리)을 통해 작가로서의 확고한 언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23년 Chunman Art for Young 공모전에서 해(海)상과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수원아트스튜디오, 버몬트 스튜디오센터, 에이커 레지던시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송태인 (Taein Song, 한국/프랑스)
송태인은 회화적 언어를 통해 개인의 내면과 여성의 존재 방식, 그리고 시대와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적으로 탐색하는 작가이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명상처럼 자기 내면과의 대화이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곧 자화상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시리즈는 프랑스 빠티스리(pâtisserie)를 모티프로 한 독특한 여성 이미지 연작으로, 연약함과 화려함, 욕망과 소멸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프랑스 파리에서 케이크 쇼케이스를 보며 떠올린 감정에서 출발해, 눈으로 소비되지만 쉽게 소유할 수 없고, 아름답지만 금세 사라지는 디저트를 여성의 삶, 욕망, 존재 조건에 대한 은유로 풀어낸다. 마치 이름이 붙여진 각기 다른 케이크들이 쇼윈도 속에서 하루하루 대체되는 운명처럼, 여성의 몸과 정체성도 사회적 시선과 기대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지워진다는 점을 작가는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 사용된 작품 《Who Are You?》는 꽃과 뱀이라는 전통적인 상징을 뒤섞어 긴장감 있는 관계를 구축한다. 작가는 꽃을 그저 아름다운 대상이 아니라 기괴하고 야생적인 생명체로, 뱀은 위협이 아닌 순수하고 투명한 존재로 그려낸다. 서로를 응시하는 두 존재는 마치 거울처럼 상대를 비추며, 사회적 상징과 기대가 뒤섞인 정체성의 층위를 탐색하게 한다.
송태인의 작업은 직접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감정의 상징화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여성성’에 대해 강함과 부드러움, 전통과 현대성 같은 이분법으로 나뉘는 서사를 의심하며, 그 경계들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자연과 꽃에 대한 상징도 고정된 관념이 아닌, 모순된 감정과 의미들이 혼재된 복합적 감각으로 재해석된다.
송태인의 회화는 결국 개인에서 출발해 시대와 공명하는 시적 언어이며, 작가는 관객이 그 그림 앞에서 각자의 마음속 대화를 떠올리고, 자신만의 여운과 응답을 품고 돌아가길 바란다.
송태인은 파리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오며, 루이비통(Louis Vuitton) 메종 방돔(Maison Vendôme)의 인하우스 페인터(2017–2022), 메종 모이나(Maison Moynat)의 아티스트(20112017)로 일했다. 2025 년에는 프랑스 겔랑(Guerlain)과의 협업으로 체리 블라썸 아티스트 에디션을 발표하며 예술성과 상업적 감각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미틸 티바이랑크 (Mytille Tibayrenc, 프랑스/태국)
미틸 티바이랑크(Myrtille Tibayrenc)는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태국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중세와 르네상스 회화의 상징 체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인물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성과 여성, 강인함과 연약함, 아름다움과 폭력성이라는 이분법적 상징의 경계를 교란시키는 회화 작업을 선보이며, Take the Flower Seriously 의 주제를 강렬하면서도 미학적으로 풀어낸다.
티바이랑크는 전통적 상징과 젠더 표현의 틀을 해체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인물들을 통해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여성의 몸에 정복자의 자세와 불타는 붉은 꽃을 부여하거나, 남성 인물을 극도로 연약하고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이 익숙하다고 여겼던 젠더 이미지에 대해 혼란과 감정의 충돌을 유도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이(Between)’의 감각, 즉 경계를 흐리는 인물들 속에서 시대적 고정관념이 무너지며 새롭게 구성되는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특히 그녀는 르네상스 회화 속 종교적 상징과 중세의 시각 문법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고전적 구도를 차용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전복시킨다. 자연과 꽃의 상징성 역시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단순히 아름다움의 메타포가 아니라 권력, 생명력, 피와 재생의 상징으로 새롭게 부여된다.
2006 년부터 태국에 정착해 활동 중인 미틸 티바이랑크는 Toot Yung Art Center의 디렉터이자 큐레이터로도 활동하며, 예술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2 년 방콕비엔날레에서는 프랑스를 대표하여 BACC에서 회화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회화는 장식성과 강렬함 사이를 오가는 감각적 균형을 지니며, 관객이 작품을 통해 미(美)에 대한 직관적 몰입과 동시에 젠더에 대한 낯선 성찰을 경험하길 기대하게 한다.
염지희 (Jihee Yeom, 한국)
염지희는 상상력과 시적 이미지, 무대적 상징을 통해 존재의 서사와 감정의 심연을 회화로 구성해내는 작가다. 그녀의 작업은 고정된 정체성이나 역할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환영, 서사, 이미지의 층위 속에서 존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감각의 언어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은 ‘히스테리로부터 충동의 무대로’, ‘냉담의 시’, ‘장식적인 은둔자’ 등의 테마로 구성된 콜라주 회화 연작들로, 여성성과 자연의 상징을 개인적인 기억과 문학적 상상력의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작가는 흑백의 명암 속에서 빛과 어둠이 이분법적 대립이 아닌 존재의 고유한 무게를 표현하는 조건이 되도록 조율한다.
작품은 종종 극장의 무대처럼 배치되며, 삶을 덧없는 연극으로 비유하고, 그 속을 가로지르는 존재들을 “시적인 주체”로 그려낸다. 이들은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지 않으며, 내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상에 따라 자신만의 대본을 써 내려가는 존재로 나타난다. 염지희는 이를 통해 여성성과 자연을 언어적 정의가 아닌, 상상과 감각의 시공간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또한 꿈과 환영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장식적인 은둔자’ 시리즈에서는, 작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고독과 자발적인 고립의 시간을 통해 회화, 드로잉, 게임 그래픽 노블 등의 매체적 실험을 확장시켰다. 그녀의 작업은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에서 관객에게 삶의 시적인 면을 마주할 수 있는 감각의 무대를 제공한다.
염지희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영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인천아트플랫폼,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레지던시, 토지문화재단 등 국내 주요 레지던시를 거쳤다. 《서울시립미술관》, 《오산시립미술관》, 《인천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2025년 인천문화재단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는 등 시적이고 감각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한 동시대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진영 (Jin Young, 한국)
진영은 현대인의 내면과 일상 속 불안,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천진난만한 유머와 상징적 형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녀의 대표적인 형상인 ‘앵무새 머리를 한 사람들’은, 사회적 역할과 타인의 시선을 반복적으로 내면화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자, 타인의 목소리를 되풀이하는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투영하는 상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연과 여성성, 삶과 순환의 구조를 이러한 앵무새 인간 군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작품 속 나무와 숲은 도심 속의 인공적인 공원에서 착안된 것으로, 외부와 차단된 듯한 현대 사회 속 휴식의 섬이자 감정의 틈이다. 그녀는 이러한 풍경 위에 ‘희망의 풍선’을 띄우고, ‘연’을 날리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반복과 경계의 삶 속에서도 본래의 자아를 회복하려는 여정을 이야기한다.
진영의 작업은 여성성과 자연이 단순히 부드러움이나 연약함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닌, 유한성과 회복, 그리고 자기 인식의 확장으로 읽히길 바란다. 작가는 이를 통해 여성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틀을 넘어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다시 피어나는 생성의 힘임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달한다.
특히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아이처럼 순수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감정의 언어를 사용한다. 삶이란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작은 ‘진동’ 속에 숨겨져 있다고 믿는 그녀는, 작품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새롭게 듣고, 웃음을 통해 해방되며, 다시 삶의 주파수를 맞춰가길 바란다.
진영은 경희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문화재단, GS건설 갤러리, 한국민화뮤지엄, 디캠프 등 다양한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캐릭터화를 넘어, 오늘날의 감정, 소외, 희망을 아우르는 따뜻한 회화적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